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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산 너머 남촌에는...[27]
작성자 장미마마 날짜 2014-04-08 18:07 조회 12,135

 

 

‘KBS 전속합창단 출신 가수’라는 자막을 달고, 소녀에서 이제 갓 처녀가 된 듯 앳된 모습으로 박재란이 노래하는 흑백 동영상이다. 얼마나 고운 모습, 고운 목소리, 고운 노래인지! 가수나 반주하는 악단이나 너무도 진지하게, 행복해하며 연주에 빠져 있다. 저이들 모두 젊으나 젊은 저 시절을 아득히 지나가고, 봄을 맞아 아늘아늘한 처녀 총각의 마음, 춘심(春心)을 노래한 시는 남아 있다. 시인의 고향 풍경이 담겼을, 쉽고 고운 이 시를 노래로 만든 ‘산 너머 남촌에는’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온 ‘국민가요’다.

 

장편 서사시 ‘국경의 밤’으로 유명한 납북시인 김동환 선생의 호는 파인(巴人)이다.

파인은 중국 파(巴) 지방 사람이란 뜻으로 ‘촌뜨기’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란다.

고향과 흙의 마음으로 노래하며 살련다는 순수하고 우직한 다짐이 세련되게 담겨 있다.

파인은 다들 어려웠던 시절, 서민들의 정서를 화사하게 북돋던 노래로 불린 시를 여럿 지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주’(‘봄이 오면’)도 파인의 시다.


 

 

산 너머 남촌에는
―김동환(1901∼?)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데.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릿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제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배나무 있고
배나무꽃 아래엔 누가 섰다기,
그리운 생각에 영(嶺)에 오르니
구름에 가리어 아니 보이네.
끊었다 이어오는 가는 노래는
바람을 타고서 고이 들리데.

 

 

 

+++++++++++++++++++++++++++++++++++++++++++++++++++++++++++++++++++++++++++++++++++++++++++++++

성신여중 2학년 국어 시간만 되면

난 우리 교실이 있는 3층 계단위에서

저 아래 1층에서 뒷짐을 지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올라오시는 국어 선생님의 모습을 몰래 훔쳐 보곤 했다.

콧노래 소리가 아니더라도 항상 똑같은 향수를 뿌리시는 선생님의

독특한 냄새(?) 로 선생님의 모습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지식과 설명만을 말씀하시던 다른 선생님들과는 달리

국어 선생님은 늘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일으켜 세우곤 물으셨다.

"이 글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무슨 뜻이라 생각해?"

"어떤 상황이었을까?" 등등

중학생인 우리가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운 질문들을 하셔서

매 시간마다 우리로 하여금  곤혹(?) 스럽게 하셨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그런 질문들이 나를 긴장시켰고,

곤혹스러우면서도  그런 긴장의 시간이 너무 기다려졌고,

그런 수업 방식을 이어가시는 선생님이 갈수록 좋아졌다...^^;

 

어느 봄날,

그날은 바로 김동환 님의  "산 넘어 남촌에는" 라는 시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수업을 마칠 즈음,

선생님은 갑자기,

"이 반에서 이 '산 넘어 남촌에는' 라는 시를 노래로 멋지게 부를만한 사람 없어?" 라고 말씀하셨다.

다들 서로를 돌아보며 긴장하는 순간,

아이들은 나를 가르치며 "장미요!" 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웃으시며 "그래? 그럼 장미가 한번 불러봐~" 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난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지며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의자를 밀고 일어나서 방금 배운 국어책을 어깨 높이까지 들고 노래를 시작했다.

 

'산 넘어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중략'

 

어떻게 끝났는지도 모르게 다 부른 후,

콩닥콩닥 뛰는 가슴 소리를 들으며 자리에 앉아서

조심스레 선생님을 바라보니 선생님은 빙그레 웃으시며 "오! 잘하는데?" 라고 말씀하셨다 ^^

가슴은 뛰고 얼굴을 빨개지며 부끄러웠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때만 해두 내 목소리는 꾀꼬리처럼 맑고 청아했었는데~~~ㅎㅎㅎ


그렇게 나의 중학 시절은 국어 선생님을 사모(?)하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먼 훗날,

나는 선생님의 소식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었다.

주무시다가 뇌졸증으로 돌아가셨다는....ㅠㅠ

꼭 한번 찾아뵈야지...맘만 먹고 미루다가

결국 이젠 선생님을 영영 만나뵐 수 없게 되었으니...

그래도

내 가슴속에 선생님 앞에서 국어책을 들고 떨리는 맘으로 시를 노래하던 나를

빙그레 웃으시며 들어주시던 선생님 모습이

아직도 행복한 추억으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이렇게 벚꽃비 날리는 아름다운 봄이 오면
선생님이 더욱 그립다...

나의 학창시절을 설레게 했던 국어 선생님은 황금찬 시인의 아들인 '황도제' 님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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